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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팥죽

안뜰 2016. 12. 16. 17:38

 

 

 

 

동지팥죽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

 

 

 내 유년의 겨울은 참으로 추웠었다.

가을걷이를 끝내고 추위가 찾아오기 시작한면 우선 입동전에 김장을 끝내고 

고사떡을 만들어 온동네 나눔을하고나면 그다음으로 찾아오는 절기는 입동이었었다.

그 며칠전부터 엄마는 툇마루 양지쪽에 앉으셔 팥을 고르고 계셨었다.

마루에서 기둥을 안고 두발을 까치발로 쳐올려 밖을 내다보며는 동구밖 먼길 끝으로 북한강이 보이던 우리집은

육이오 전쟁통에 집이 잿더미로 변하고 새로지은 집으로 그동네에서 가장 예쁜집이었다.

디딜방아에서 팓죽에 넣을 옹심이를 만들 떡가루도 빻아다놓으면 동짓날 아침부터 엄마는 팥을 끓이시고...

엊저녘 나의 어리고 조그만 손도 함께 만든 옹심이도 마루한켠에 놓여 차례를 기다리고

부엌에선 커다란 무쇠솥이걸린 아궁이에서는 시뻘건 장작불이 타오르며 아버지도 기웃기웃 .....

나와 내동생, 조카들도 왔다 갔다 부엌근처로 왓다리갔다리를 몇차례하고나면

" 얘야! 아버지 팥죽잡수시라고 하고 오렴!"

"네! 아버지 방금 계셨는데 어델 가셨나...."

김이 모락 모락 피어나는 뜨끈한 팥죽이 식구 수대로 놓이며

 잘익은 동치미 한그릇이 놓인 예쁜빛갈의 나무목상앞에 앉아서

어린동생 조카들과 나는 옹심이 찾아먹기 바빴던 그시절이 해마다 겨울이 오고

동짓날이 돌아올때면 난 어김없이 한차례씩 그어린날들을 회상해보고는 한다.

체수는 작으시면서도 손은 크셨던 울엄마는 음식을 주로 많이 하셨었고 크게 만드셨다,

엄마가 만드시는 만두, 송편은 유난히도 커서 올케언니, 또 열살위 내언니한테 핀잔을 받으시면서도~~~

팥죽도 한자배기(오지그릇)씩 쑤어놓으셔 동지를 보내고 한동안도

우리는 긴겨울밤 출출할시간이면 뒤켵툇마루 찬곳에 놔둔 팟죽을 양은 그릇에 퍼담아

화롯불 볼돌위에 올려두었다가 팟죽을 따뜻하게 먹고는 했다.

며칠을 두고 먹을라치면 팥죽이 너무 되져서 우리애들은 또 옹심이만 찾았던 그기억들~~

이미 반세기를 훌쩍 넘어버린 머언 옛날 어린날, 부모형제들과의 추억에는 많은 이야기가 끊임없이 남아서

어느때에는 실없는 미소가 입가에 번지고 어느때에는 눈가에 이슬이 맺히게도 한다.

이제는 나도 너무 늙어서인가 꿈속에서도 부모님이 잘 안나타나신다 

부모님과의 이생애에서의 이별도 삼십육년여년도 훌쩍 넘어서 이기때문일까.....

올해도 동짓날은 가까와 오고 난 그옛날을 떠올리며 팥죽을 그냥 한그릇 사다먹을까..

아니 나도 옛날 울엄마처럼 만들어 볼까, 어쩔가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