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언니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우리언니다
"얘! 내가 너한테 된장을 좀 줄라고 하는데 만날까?"
"된장을.. 나줄께 있수?"
"글쎄 안성에서 또 된장을 보내왔는데 우린 아직 많아서 너 줄려구....
아유 주면 좋지! 된장 사먹구있는데....
(언니집에 된장을 보내주는 안성에 사는 형부쪽 친척얘기는 나도 가끔 들어 알고 있었다)
"언니! 너무더워! 내일 오전에 만나는게 어때?"
오월이지만 그날은 한여름처럼 더워 외출이 두려운 며칠전 오후였다
언니와 나는 같은 서울에 살면서도 거리가 너무 먼관계로 지하철노선 중간에서 어쩌다 만남을 갖고는한다
그런데 그만남은 우리언니가 내게 꼭 뭘 전해줄려 할때다
나보다 열살위인 언니는 허리땜시리 동네 주변에서만 찬찬히 활동하며 지내니 우리집에 왔다간지가
벌써 몇해나 됐고 나역시 언니가 며느리와 함께 산다는 핑계로 언니집에 가는일은 별로없이 서로 늙어가는 형제이다
내가 초등학교 오학년때 언니는 서울로 시집을 갔다
언니가 분가를 한다음에는 방학때마다 단칸방에 사는 언니집에 올라와 서울 구경을 즐기곤 했다
시집가기전에 언니와의 기억은 수놓은 예쁜헝겁 책가방을 만들어주고 명절날마다 예쁜 한복을 만들어 주었고
아참! 내머리컷트 역시 언니 담당 이였었다 언니는 내 젖먹이 애기때 얘기도 우리 남매들 모이면
의례히 꺼내어 한바탕웃고는 한다
나는 오빠 둘. 언니.동생 오남매지만 우린 오빠들보다는 딸 셋이서 아주 각별하다
자주안만나도 셋이가 전화로 서로가 지내는 일상을 본듯이 알고 지낸다
어떤 슬픔이 닥쳤을 때도 너무 행복했을때도 우리 삼형제는 같이 위로하고 같이 기뻐하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내가 서른여섯 동생이 서른둘 그때 친정엄마 돌아가시고 나와 동생은 엄마처럼 언니를의지를 하고 살아온 셈이다
새벽에초안산으로 우이천으로 산책과운동을 하고 오니 언니전화가 네번이나 찍혀 있다
"언니!
"아니 왜 이리 전활 안받아 새벽같이 뭔일이 생겼나 했다,...
"빨리와! 천호동 전철에서 기다리구 있어......
왜이리 일찍 나왔냐고 하니 언니는 니가 서늘할때 만나자고 하지않았냐고 애구 ㅋㅋㅋ
한시간이나 걸려 만난 언니는 시장 캐리어에 된장에 오이지에 김치에 바리바리 싸갖고 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제대로 걸음걷기도 힘든언니가 동생 줄려는 욕심에 ....
야! 우리 아들딸들도 안주고 몰래 갖구오느라 애썼구먼 .....
"너 힘드니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타지말고 택시 타고 가라"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며 손짓하는 우리 언니에게서 엄마의 목소리와 엄마의 얼굴이 겹쳐가며 떠올려졌다
"언니! 고마와!잘 먹을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