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기름 한병
지난여름 어느날 머리컷트도 하고 흰머리염색도 하러 노원에 있는 헤어샾에 갔다
조카가 하고있는 미용실이니 난 언제나 여유로운 시간을 찾아 들려야한다
"고모! 바쁘지 않지요
이손님 부터 말고 나서 해드릴께요
그럼 그럼 먼저 해드려....'
손님이 많은날은 파마라도 할라치면 거의 온종일을 보내게 되지만 조카를 위해 손님이 많아야 내마음도 뿌듯하니까...
조카사위가 영 직업이 안정적이지 않아 사내 안사내 하며 큰오빠내외 속도 많이 아프게하던 조카는 늦은 나이에
기술자격증을 취득해 딸내미 미국유학까지 맞추게 뒷바리지 하고 이제는 노후에는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미용봉사할거라며 열심히 살고있다
그날은 단골남자손님이 부인과 함께 왔는데 육십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부인이 어딘가 이상했는데 밝게 웃고있었다
조카가 그남자에게 말했다
"아유! 착하고 이쁜치매 시네요"
"데이케어센터(노원구 치매인 보호센터로 주간에 몇시간 케어 해주는곳)에서
머리를 짤라주었는데 요샌 안해주어 데리고 왔어요"
조카가 "이리 앉으세요 "
그녀는 남편을 바라보며 웃으며 의자에 앉아 풍성한 생머리를 자르는동안 내내 그냥 웃고만 있었다
잠시동안이였지만 부부 두사람의모습은 옆에서 보기에 너무 애틋해 보였다
나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그남자에게 그냥 무슨말이라도 건네고 싶었다
"부인한테 참 잘하시네요"
"저사람이 평생을 나한태 잘했으니까요 "
하며 자신이 졸지에 주부가 되어 힘들게 지낸다고 이런, 저런얘기들을 내게 해주었다
두사람이 돌아간다음 조카는 손주들 영어가르킨다고 영어학원도 다니고 하던이가 저렇게 되었는데
아저씨가 취미삼아 가꾸는 시골 밭으로도 부인을차에 태워 데리고 다니고 그렇게 잘 보살피며
농사진것 나눔 한다며 감자, 고구마 ,기름도 갖다주어 잘먹는다는 얘기도 들려주었다
한달만에 다시 헤어샾에 들렀더니 또 그남자가 와있어 우리는 구면이되어 인사를 했다
" 부인은 좀 어떠세요?
"그냥 늘 그렇지요 뭐.....
모든걸 다 보살펴야 한다며 어딘가 고단해 보이는듯도 했다.
다시 일개월이 되고 이번에 파마를 하러 샾에 갔더니 조카가
"고모! 저번에 그아저씨가 왔었는대 고모얘기를 묻길래 고모가 쓴책을 보라고 빌려주었어요 ㅎㅎ...
(아름다운60대 카페 삶 이야기 방에 올린글을 모아 칠순기념으로 책을 내 친척들에게만 배포 했슴)
어제 조카에게서 카톡이 왔다
"고모가 쓰신책 너무 잘 읽었다고 들기름 두병 가져 오셨어요
들기름에 대한 사연이 혹시 글쓰기 소재가 되지 않을가 싶다고 해서 웃었어요 ㅎ"
들기름은 빨리먹는게 좋은데 근처에 오실일 있으시면 들리세요 "
"그래 알았어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