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詩

안뜰 2016. 10. 4. 16:15

 

별 헤는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란시스.잠><라이너, 마리아. 릴케>이런 시

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위에

내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따는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194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