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김장하는 날

안뜰 2018. 11. 9. 20:28




 내일은 우리집이 김장하는 날이다

학교에서 돌아와보니 앞마당에 배추가 잔뜩 절여저 있고  마루한켠에는 깨끗이 씻긴 무우들이 잔뜩 쌓여있다

뒤란장독옆 밭에는 큰오빠가 땅을 깊이 파고 큰독을 서너개쯤 묻어놓으며 "이러면 되었나 ?"

하니까 올케언니가 "네! 됐어요 애쓰셨어요 !" 하며 웃는다

저녁밥을 먹고나니 대청마루에 남포불이 내걸리고 안방에도 석유 등잔불대신 밝디 밝은 남포등을 켜놓았다

동생, 나, 조카들 우리애들은 모두 안방 건너 아랫방으로 내 쳐지고  환히 불밝힌 안방에는 친척, 이웃아주머니들이

각자가 챙겨온 도마와 칼을 갖고와 앉았있고 무우를 담은 광주리가 안방으로 옮겨지고 있다


싹뚝,싹뚝 .. 깍뚝,깍둑 무채써는 소리...깍뚜기 써는소리

무우쪽 써는소리.. 무우말랭이할거 써는소리.. 파써는소리.. 쿵쿵 마늘 찧는소리..

무슨 얘기들인지 키득 키득 웃음소리가 창호지 문밖으로 새어나오면 ....

동생조카들과 놀던 난 안방이 궁금해 총, 총, 총 마루로 다가와 안방문을 살며시 밀쳐본다

ㅇㅇ이 왔냐 ?

고구마 줄까? 아! 무우 먹을려고 왔구나!!!

이거 가져다 애들( 동생, 조카들)이랑 먹어라 ~

친척어른이 무우머리 파란쪽 맛있는 쪽으로 골라 몇덩이를 양재기에 담아내준다

우리들이 놀기도 지쳐 하품을 하고 있을즈음

문 여닫는소리 신발끄는 소리와 함께  "할머니,아주머니 안녕히 주무세요" 내일 올께요....

김장무썰던이들이 깜깜한 마당으로 내려서 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초겨울 농촌의밤은 별빛도 차갑게 보이고 옷깃을 여밀만큼 찬공기이다

그즈음엔 우리동네는 밤이면 으례히 마을 몇, 몇집에서 싹뚝싹둑 도마소리가 울려오고는 했다


어제가 입동이었다

예전에는 주로 입동 전후로 김장을 하고는 했는데 요즘은 날씨도 일찌기 춥지 않을뿐더러

김장을 하는 집이 많지않으니 거의 십일월말이나 십이월초에들  하는 집이 많다

하지만 나는 일찌기 담는게 습관이 되어 어제 배추를 사다 오늘 소금에 절여 놓고

무우도 씻어놓고 고추가루를 갤 채소육수물도 이거 저것 듬뿍 넣어 푹 다려놓았다

"야!배추 여섯포기 하며 김장한다고 그러냐! 친구들은 웃고들 하지만 ...

 "그래도 김장이니 들어갈것들 은 다넣어야되고 아휴 힘들어! ㅎㅎㅎ"

나도 결혼초에는 배추 이십포기는 했고 김치손맛 좋은 언니가 해마다 와 해주곤 했었다

이십폭이 열폭으로 줄다가 이제는 배추 두망 여섯폭으로 ~

이러다가는 안할수도 있게 되지 않을까?

그래도 건강이 허락할때까지는 김치만큼은 내손으로 해먹어야해 스스로에게 다짐을 해본다.


 


   


저작자 표시컨텐츠변경비영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