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장이 따뜻해 오지만 동생과 나는 일어나야만 하는 보름날 아침이다
머리맡에는 부럼이 놓여있고 몇개집어 깨물어 창문밖으로 던져 버렸다
여름에 더위를 안먹기위해 그리 한다고 엄마는 말해주셨다
엄마는 툇마루에서 화롯불에 김을 산더미처럼 많이 굽고 있었다
어제는 친구들집, 이웃집 어델가도 ㅇㅇ아! 밥먹을래? 가 인사였다
마을 집집마다 묵은나물에 오곡밥을 많이해놓고 서로 서로 나누는게 인사다
오늘 아침엔 다시 하얀 쌀밥에 김을 싸서 먹는 날이다
복을 싸서 먹는다는 유래였다 우리애들은 나물은 제쳐두고 김에만 싸먹느라 정신이 없다
김도 귀하던 시절이었으니 우리집 아이들 (나, 동생, 조카둘)은 그저 김으로만 밥을 다먹었다
동네한가운데인 ㅇㅇ 집 마당에는 멍석이 몇개쯤 깔려있고 동네 청장년들이 다 모인듯 하다
꽤 좋은 나무 토막으로 만든 윷과 달력종이로 만든 말판이 놓여있다
김씨아저씨가 먼저 윷덩이가락들을 후무려쥐고 "윷이요!" 하고 외치며 멍석으로 내 던졌다
"에잉! 개로구먼! "
"아냐 개로 시작 하는게 좋다니까.....
반대편쪽 이씨아저씨가 이번엔" 모다! 모엿!
하고내던지니 이번엔 걸이 나왔다,
이러기를 수도 없이 하니 윷가락들이 멍석바깥으로 튀어 나오면 윷이 나와도 무효닷!
오이구 윷이다!또 모다! 걸이닷!....
"업어 업어서 튀어야 된다니까...
들여다보구만 있어도 재미있는 이윷놀이는 정월대보름의 꽃이었다
동네 아재들은 이 윷놀이에 정신 팔듯하다가도 옆에놓인 막걸리 동이에 술은 연신 퍼 제켰다
우리동네에는 내또래와 위아래로 비슷한 여러명의 아이들이 있었고
어른들을졸라 "윷좀 만들어 주세요" 해 집집마다 윷가락들이 없는집이 없었다
겨울방학내 추운날은 뉘집 따스한방에 모여 우리도 심심하면 윷놀이를 하며 긴겨울을 보냈다
보름날을 끝으로 어른들의 농한기인 겨울나기도 끝이 나고 우리들은 학교로 발걸음을 내딛으며
집집마다 봄맞이준비를 한다 봄이오면 농사를 지을 채비를 했다
내머리에 내가슴에 곱게 남아있는 이 어느농촌의 정월 대보름의 추억을 나는 다시 끄집어 내어본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하루가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 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했던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은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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